"상사랑 밥 먹기 싫어요"…2030 직장인들 이곳에 모였다

입력 2023-11-23 20:00   수정 2023-11-23 20:48



<i>"평일 점심에는 거의 만석입니다. 음식을 주문하면 30분은 기다려야 하죠."
-종각역 PC방 아르바이트생 A씨</i>


올해까지 PC방 개업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나고 폐업은 약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PC방 인기가 커지고 있다. 최근 고물가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식사와 문화생활을 찾는 학생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PC방 인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리그오브레전드(롤) 인기와 더불어 롤 한국팀이 아시안게임과 롤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여파로 e스포츠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업은 늘고 폐업은 역대급 감소
23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개방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개업한 PC방(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체)은 전국에 총 2417곳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0% 증가했으며, 아직 올해가 2개월이 남았으나 전년 전체 개업 수를 넘어섰다.

PC방 단순 폐업 건수는 지난 10월까지 올해 1414건으로 2008년 이후 15년여만에 최저치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0%가 줄어든 셈이다. 통상 이 수치는 해마다 2000~3000곳 사이를 오간다.

최근 10년간 개업이 많은 해에는 3000곳 후반까지 육박하던 PC방 수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개업 감소세를 보여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업황이 크게 악화한 탓에 2020년에는 폐업 수가 개업 수를 앞서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다시 창업이 늘어난 것이다.
가성비 음식·문화생활에 인기 급증
최근 PC방은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에 음식점의 역할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고물가 현상으로 외식 부담이 많이 늘어난 20·30대 청년과 직장인들에게는 가성비로 한 끼를 해결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과 게임 등을 하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찾은 종로 한 PC방은 '맛집'을 방불케 했다. 100석이 거의 다 찬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경기도에 거주하는데 오후에 광화문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 시간이 남아 방문했다. 서울 중심지에서 요즘 물가에 이 정도 가격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은 PC방뿐이다"고 설명했다.

또 20대 남성 직장인은 "요즘 어느 PC방이든지 예전보다 확실히 붐빈다는 느낌이다. 최근 롤을 안 하는 친구들이 없을 정도로 친구들과 같은 게임을 많이 한다. 집에 고사양 PC가 있어도 퇴근 후 주 2회는 PC방을 찾는다"며 "롤은 집에서는 돈을 주고 사야하거나 아주 오랫동안 게임을 해야만 경험치가 쌓여서 쓸 수 있는 캐릭터가 있는데 PC방에선 이 모든 캐릭터를 바로 쓸 수 있다"고 전했다.

한 20대 여성 직장인은 "점심시간에 상사랑 밥 먹기 싫을 때, 혼자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 온다"며 "가장 저렴한 문화생활이다. 주말에도 남자친구랑 데이트하러 자주 PC방에 간다"고 말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부도 도서관에 가야 잘 되는 것처럼 같은 문화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향유하고 싶어 하는 인식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PC방 트렌드는 대형화 혹은 프랜차이즈화, 무인화로 정리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시기 폐업이 많아서 반사효과로 개업이 늘어났을 수 있다. 상가 입지 특성상 PC방 자리에 새로운 PC방이 들어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드컵 등에서 한국팀이 선전하는 등 여파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난 탓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김 이사장은 "최근 e스포츠에 대한 신비감이나 긍정적인 인식이 생기면서 신규 자영업자 유입이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창업 결정은 신중히"…경쟁 과열 우려
다만 폐업 급감과 개업 급증에 따른 경쟁 과열이 지속되면 언젠가 줄폐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2025년부터 실내 금연이 전면 금지될 경우 업황이 악화되는 게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표출되고 있다. 최 교수는 "창업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서 PC방 창업이 늘어났을 수도 있는데 접근성이나 입지 등 조건을 잘 보고 창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초기 비용이 큰 업종이고 3년마다 컴퓨터 사양 업그레이드를 위해 재투자가 필수인 사업이다"며 "창업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하며, 업종 분석 없이 단순히 무작정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연락해 창업하면 오래 못한다"고 강조했다.

신현보/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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